Feb 272014
 

하룻밤만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 동화책 버전 —

때와 장소는 중국 진나라 진시황시대

진시황은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이후에 있을 오랑캐의 침입을 막기위해

만리장성을 축조하고, 자신의 호화스럽고 영원한 삶을 꿈꾸며 아방궁을

세우면서 백성을 생활고의 도탄에 빠뜨리고 있었다.

당연히 전국 곳곳은 도적과 유랑민으로 흉흉한 상황에 처해졌다.

이때에 낙양성에 살고있던 한 젊은이도 과다한 세금과 탐관오리의 횡포에 못견디어

유량의 길을 선택하고 개나리봇짐 하나만 달랑메고 정처없는 길을 나서게 되었다

고향을 등지고 도망쳐온 신세이니 갈곳이 정해지지 않음은 당연할 것이니

무작정 걷고 또 걷다보니 어느덧 해는 저물고 깊은 산중에 갇히게 되었다

산짐승 울부짖음에 겁에 질려 발걸음을 무겁게 옮기던중 저 멀리에 불빛이

눈에 들어 한걸음에 줄달음쳐 그 불빛이 새어나오는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10여채가 평화로이 모여있는 작고 아름다운 산촌이었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간에 유일하게 작고 초라한 초가집 문틈새로 불빛이

가늘게 새어나오는 집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너무나도 가슴을 저미는 듯한 애처로운

여인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젊은이 자신이야 세상이 흉흉하여 고향을 등지고 도망쳐 나온 신세이니

그 무슨 사연인지 한번 알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사립문을 밀고 들어섰다

“주인 계십니까? ”

몇번을 부르니 방문이 열리면서 애처로이 흐느끼던 소복을 단정히 입은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길가는 나그네 올시다. 날도 저물고 허기에 지쳐 찾아왔으니 하룻밤만 묵어가게

도와주십시오”라며 정중히 청을 했다

그러자 그여인은

“미안하지만 저희집은 우환이 들어 그러하오니 옆집으로 가보시죠”하고는 돌아서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저는 낙양성에 살고있는 사람이온데 세상이 흉하여 고향을 등지고 유량을 하고

있읍니다. 제발 뿌리치지 마시고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 이슬이라도 피하도록

도와 주십시오”하고 애타게 애원하자, 여인은 젊은이를 방으로 들게했다.

젊은이가 발으로 들어서니 방안에는 80세도 더되보이는 늙은이가 자리에 누워

짙은 눈물방울을 얼굴에 묻힌채 누워있었다

젊은이는 자리에 앉아서 노인에게 공손히 감사의 예를 취하고나서

왜 두분이 그렇게도 슬피우는지를 물었다

노인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헐떡이며 분한듯 자리에서 겨우일어나 앉아서

“내가 나이 60에 첫딸을 얻어 고생 고생끝에 저딸이 20살이 되도록 금지옥엽

키워났더니 우리고을 탐관오리가 내딸을 자기의 첩으로 달라지 뭡니까 그래서

단호히 거절을 하였더니 80이 넘은 노인을 만리장성 부역군으로 차출해 보내

버리지 않았읍니까. 내일 아침이면 만리길을 걸어서 만리장성 축조장으로 끌려

가는데 여기서 만리길이고 보면 가다가 죽을것이 필경인요, 부역기간이 10년인데

내나이 80에 어찌다시 내딸과 만날수 있겠소 그래서 우리 두 부녀는 이별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중입니다”라고 겨우 겨우 말끝을 이어가며 자기의 처지를 이야기 했다

세상살이 고달프고 탐관오리의 횡포에 고향떠난 자신의 설움과 두 부녀의 서러운

사황에 젊인이도 부녀도 통곡을 하다 젊은이는 기왕 자기야 할일없이 떠도는 인생

내가 저노인 대신 부역에 가면 저 두 부녀는 평생을 행복하게 살지않겠가는

생각이 들어 자기가 대신 부역을 가겠으니 행복하게 살라고 제의했다

그러자 두 부녀는 극구 반대를 했다. 아무런 인연도 없는 젊은이를 사지로

내몬다는것은 하늘이 노할일이라며 노인이야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자기가

가는것이 도리라고 부인했다.

이렇게 밤이 가느눌도 모르고 세사람이 등불아래서 다투고 있을 때 첫닭이

꼬끼오하고 울었다. 그때 여인이 꾀를 내었다.

“그럼 당신과 저와 둘이서 부부의 인연을 맺으면 우리 아버님이 당신아버님도

되니 당신이 대신 부역을 가도 되겠군요. 미천하나만 저를 거두의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시기를 당부드림니다”라고 말했다.

새사람은 좋다고 동의하고 두사람은 혼인언약을 하늘에 맹세했다

이에 하늘에 둥근달은 두부부의 탄생을 축복하듯 은색 달빛을 주위에 내려주고

새벽녘 산새들도 축가를 소리높여 불러 주었다.

감동한 덩치큰 뒷산도 물끄러미 달아래 묵묵히 지키고서서 두언약을 축원하면서

긴 산그림자만 드리우고 서있었다.

그날밤 혼인을 치른 젊은이는 다음날 장인을 대신하여 만리장성을 쌓으려 길을

떠났다. 이후 세상사람은 아름다운 이 두부부의 혼인을 두고

“하룻밤만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고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며

우리도 이말을 무슨 뜻인지 잘모르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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