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42011
 

일제시대 관련 책자 분류작업 박창화씨
해방후 최기철 서울대 명예교수에 증언

한민족의 뿌리가 되는 ‘단군조선’의 실체를 알릴 자료가 어딘가에 쌓여 있다면
우리 상고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상고사에 관한 국내의 기록은 수많은 전란(戰亂)을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되고
삼국유사 등 일부 서책에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일제 때 조선총독부가 한민족의 혼을 말살하기 위해 단군조선에 관한 책들을 몽땅 약탈해 태워버렸다는 설까지 있다.

해방 후 출간된 ‘군국일본조선강점36년사’나 ‘제헌국회사’ 등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초대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의 명령에 의해
1910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말까지 1년2개월 동안
고사서 51종20여만권을 약탈 했으며,
‘단군조선’에 관한 서적 대부분이 이때 소실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 궁내청 쇼료부(書陵部:일명 황실도서관)에
‘단군조선’과 관련된 책들이 쌓여 있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끈다.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료에 목말라 하는 상고사 연구자들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주장을 한 사람은 1962년에 사망한 박창화(朴昌和) 씨,
1933년부터 12년간 쇼료부에서 우리 상고사 관련 사서를 분류하는 일을 담당했던 朴 씨는 해방 후 이 사실을 최기철(崔基哲) 서울대 명예교수(담수생물학연구소장)에게 털어놨으며, 최근 崔 교수가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1900년초 한성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충북 영동(永同)소학교와
배재고보 등에서 역사를 가르친 朴 씨는
한국상고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쇼료부에서 촉탁으로 근무하게 됐다고 한다.
崔 교수는 “내가 청주사범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1945년에 朴 씨를 역사교사로 채용했으며,
그 후 쇼료부에 단군조선 관련 서적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으나
나와 전공이 무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당시 朴 씨가 쇼료부에서 읽었던 단군조선 관련 서적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으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쇼료부 소장본들은 목록으로 정리된 것들만 접근이 가능해
朴 씨의 말이 사실이라도 확인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혹시 새로운 한ㆍ일 교류의 시대를 맞아 일본측이 쇼료부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면 몰라도.

김국진 기자
중앙일보 1999년 12월 6일자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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