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홈피…‘디지털 유산 상속’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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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062012
 

‘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내 블로그나 미니홈피는 어떻게 될까.’ 요즘 블로거들의 최대 관심사는 사후 디지털 재산의 상속 문제이다. 그동안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개인이 인터넷 공간에 남긴 사생활 정보는 자신에게만 속하는 ‘일신 전속권’에 묶여 있었다. 때문에 운영자가 사망할 경우 블로그, 미니홈피, 카페, 트위터 등은 타인에게 양도되거나 상속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8월 국회에서 ‘디지털 유산법’이 발의되면서 ‘디지털 유산 상속’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디지털 유산의 가치와 디지털 유산의 사후 관리 실태와 법적 논의 등을 짚어보았다.

현재 국내에 개설된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은 3천만개가 넘는다. 국민 두 사람당 1개의 디지털 재산을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디지털 유산’은 전 국민의 공통 관심사가 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의 가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매월 일정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재산적 가치’ △특정 분야의 자료들을 모아 놓은 ‘학술적 가치’ △자신의 인생 역정을 담고 있는 ‘정신적 가치’ △재산·학술·정신적 가치가 집약된 자산 △망자에 대한 추모의 공간 등으로 볼 수 있다.

조인스닷컴은 지난 8월5일부터 7일까지 네티즌 7백88명을 대상으로 ‘사자의 블로그(미니홈피) 관리’를 묻는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폐쇄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절반에 해당하는 46%(3백59표)였고, ‘폐쇄 후 콘텐츠는 상속인에게 넘긴다’는 의견은 33%(2백60표)로 나타났다. ‘가족이 상속해 추모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21%(1백69표)나 되었다.

파워블로거들 “사후에 ‘생전의 가치’ 이어가야”

▲ 함영민씨

ⓒ시사저널 박은숙

그렇다면 국내 대표적인 파워블로거나 카페·미니홈피 운영자들은 사후 ‘디지털 유산 상속’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랭키 닷컴 개인 블로그 순위 1위인 ‘함영민의 디카 갤러리’(www.dicagallery.com)는 1일 평균 방문자 수가 3만명에 달한다. 어지간한 전문 매체를 뺨칠 정도이다. 운영자인 함영민씨(34)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대학원에서사진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IT 전문지에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5년 7월 ‘IT 전문기자’와 ‘사진 전공’이라는 장점을 살려 ‘IT 제품 리뷰와 사진’을 콘셉트로 한 블로그를 개설했다.

함씨의 블로그는 네티즌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세를 탔고, 그도 덩달아 파워블로거 반열에 올랐다. 블로그가 뜨면서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블로그 운영’을 통한 부대 사업에 나섰다. 블로그의 콘텐츠를 모델로 해서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제의를 받고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디지털 이미징 강사와 디지털 제품의 ‘리뷰어’로도 활동하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 등에 기고하며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의 블로그는 단순한 소통의 의미를 넘어서 재산·학술·정신적 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함씨는 블로그를 통한 수익은 ‘비밀’이라며 공개하기를 꺼려 했다. 하지만 블로그를 매개로 해서 한 달에 수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함씨는 자신의 사후 블로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가족들이 상속해서 추모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신 블로그를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함씨는 “내가 (세상에) 없다면 블로그의 운영이 중단되어야 한다. 대신 온라인 장학회로서 한 사람을 기억하는 의미로 해마다 내 유산 중 일부를 IT나 디지털 이미징 관련 장학생을 뽑아 운영하고, 장학금을 주는 이유와 장학생 명단을 블로그에 공개하며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함씨는 블로그의 가치는 운영자의 창조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좌우된다고 보았다.

▲ 허형준씨

ⓒ시사저널 전영기

허형준씨(29)는 2008년 6월 컴퓨터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하기 위해 블로그 ‘스누피박스’(http://snoopybox.co.kr)를 개설했다. 원래 컴퓨터나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허씨는 연세대 공학계열에 진학했다가 자퇴한 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 재입학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허씨는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블로그 IT 스타’라는 명성을 얻었다. 최근 2년 동안 텍스트큐브닷컴 ‘우수 블로거’ ‘베스트 블로그 테마왕’ 등으로 선정되었고, 각 포털사이트의 블로거 미팅에 단골로 초대받았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커뮤니티 회원으로 2년째 선정되어 ‘마이크로소프트 MVP’로도 활동하고 있다.

허씨에게 블로그는 ‘애정의 산물’이다. 한때는 하루 5~6시간 정도를 투자하며, 자신의 블로그 가치를 창출했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만2천명 정도이다. 블로그를 통해 매월 3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허씨는 자신의 블로그는 재산·학술·정신적 가치를 모두 포함한다고 보았다.

사후 블로그의 운영과 관리는 자신과 같은 ‘IT 마니아’가 이어받아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가족에게 상속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허씨는 “내가 세상을 떠난다면 내 블로그는 나만큼 컴퓨터와 윈도를 좋아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분에게 양도할 생각이다. 물론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해낼 능력이 있어야 블로그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원하는 바는 자신의 블로그가 컴퓨터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 하재근씨

ⓒ시사저널 전영기

대중문화평론가인 하재근씨(39)에게 블로그는 세상과 소통하는 곳이다. 지난 2007년 11월에 개설한 ‘하재근의 블로그 TV이야기’(http://ooljiana.tistory.com)는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2월2일 현재 누적 방문자 수가 2천6백29만9천여 명이다. 하루 평균 2만5천여 명이 방문한 셈이다. 포스팅한 글에 따라 하루 20만~30만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하씨에게 블로그는 ‘TV 대중문화에 관한 내용들을 모으고 발표하는 공간’이다. 다수의 언론 매체는 하씨의 블로그를 인용하며 대중문화를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가치’의 개념으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단순히 ‘개인적인 글 모음’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사후에는 누군가에게 자료로 활용되기를 원했다. 운영에 대해서는 “넘겨받은 사람이 알아서 했으면 한다”라며 자율에 맡겼다. 하씨는 그러나 “누군가 오랫동안 블로그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해 놓았는데 그것이 사라진다면 사회적 손실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 계승해서 수십 년 이상 이어진다면 대단히 의미 있는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학박사인 양기화씨(54)는 건강보험 관련 기관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2004년 12월의 ‘눈초의 블로그’(http://blog.joinsmsn.com/yang412)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양박사의 블로그에는 각종 의학 관련 자료가 수북하다. 보건의료 정책과 관련된 기사에서 치매에 관한 건강 자료, 건강하게 늙어가기와 품위 있는 죽음에 관한 정보 등이 많다. 때문에 그의 블로그는 의학 분야의 전문 블로그로 학술적 가치가 크다. 건강이나 치매와 관련된 정보나 정책 자료는 관련 전문가들이 저술에 참조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자주 인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 양기화씨

ⓒ시사저널 전영기

양박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참이다. 마침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의학 분야의 공부를 하고 있어 ‘상속’의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6년 동안 수집한 자료는 충분히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법정 상속인에게 증여되기를 바란다. 자식들도 의학 분야를 전공하고 있어 블로그를 개설한 의미를 잘 살려서 운영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추모의 공간’으로…

블로그가 ‘자산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반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고인에게는 ‘추모’의 성격이 짙다. 일부 미니홈피 운영자들이 사업자 등록을 내고 상업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며 일정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니홈피’의 특성상 고인에게는 ‘추모 공간’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2008년 10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 탤런트 최진실씨의 미니홈피는 암묵적으로 제3자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최씨가 사망한 후 미니홈피의 제목은 ‘하늘로 간 호수’로 바뀌었고, 하루 평균 2천여 명이 홈피를 찾고 있다. 게시판이나 방명록에는 그를 그리워하는 지인과 팬들의 글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천안함 사건 때 희생당한 일부 장병들의 미니홈피도 여전히 추모 공간으로 남아 있다.

2005년 6월19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530GP에서 여덟 명의 장병이 죽고 네 명이 부상당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국방부는 ‘김동민 일병의 총기 난사’로 인해 사망했다고 했지만, 유족들은 ‘국방부 발표가 조작되었다’라며 지금까지 진실 규명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유족들은 공동으로 ‘전방부대 희생자 추모’(http://cafe.daum.net/050619sadgun) 카페를 만들었다. 이곳을 통해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면서 의혹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사망한 장병들의 미니홈피는 여전히 추모 공간으로 남아 있다.

고 박의원 상병의 아버지 박영섭씨는 “아들이 사망한 후 3년 여 정도는 비밀번호가 변경되지 않아 가족들이 관리했다. 그 후 싸이월드측에서 비밀번호를 변경했는지로그인을 할 수가 없어 지금은 댓글을 다는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 전영철 상병의 아버지 전제용씨와 고 이태련 상병의 아버지 이찬호씨는 “아들이 생전에 운영하던 미니홈피를 없앨 수가 없다. 이곳은 아이들의 손때가 묻고 추억이 서려 있는 공간이다. 앞으로 유족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싸이월드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디지털 유산’에 대한 가치는 더욱 높아갈 전망이다. 기존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하면서 네티즌들이 추구하는 디지털 욕구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지털 유산을 관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업종이 탄생하고, 관련 분야의 뉴 트렌드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성시대’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Posted by at 8:46 PM

디지털유산의 보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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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062012
 

방치되는 故人의 블로그·홈피 “디지털 유산 어찌할꼬”

“노오란 꽃이 피는 봄에 떠나신 님이여…

무엇이 그리 급하시고 또 당신을 힘들게 하셔서 급하게 떠나셨나요… 현명하고 현자의 모습을 하고 계신 당신이 더욱 그립습니다.”(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 추모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23일)를 앞두고 고인의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추모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추모식을 앞두고 각종 행사에 대한 정보들과 함께 하루 평균 방문자가 3만명이 넘는다. 노 전 대통령의 전용 게시판에는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2009년 4월 22일 노무현)’라는 제목 위에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글들이 업데이트되어 있다.

고 노 전 대통령 전용 게시판, 천안함 사고로 숨진 용사들의 미니홈피, 고 최진실씨 미니홈피 등에는 지금도 고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추모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운영자가 없는 현실에서 사이트의 운영이 순조로울 리가 만무해 추모객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인터넷 이용자가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했을 때 개인의 블로그와 이메일, 금융자산을 양도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사이트를 개설한 운영자가 사망했을 때 이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 정보통신망법 21조와 49조, 통신비밀보호법 1005조 및 관련 판례에 의해서 본인 외에 제3자가 양도받아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메일과 블로그 등은 6개월 이상 접속하지 않는 경우 사이버 공간에 접근이 제한되는 점을 감안해 유족들이 포털사에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해도 법적인 문제로 공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디지털유산.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사망한 인터넷 이용자의 블로그와 이메일, 금융자산을 양도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 전문회사인 인트러스테트가 문을 열었다. 이용자가 생전에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가족 또는 제3자에게 양도할 것을 지정하면 사망 후 관련 정보를 양도받는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국내 포털업체 관계자는 “이제 우리나라도 디지털 유산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포털사는 유명인이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한 경우 고인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악플을 삭제하고 게시판을 영구 보존해주는 활동을 시작했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사이버상에 관련 자료들을 백업해줄 것을 요청할 경우 비공개 게시물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백업해서 전달해주거나 유가족이 삭제을 요청할 경우 계정을 삭제해주기도 한다.

고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신민희씨는 “‘사람사는 세상’은 고인이 생전에도 관리자들과 함께 운영했기 때문에 유지가 가능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미공개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 하루 평균 방문자가 30만명까지 증가한다”고 말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미국처럼 이메일 이용자나 블로그, 미니홈피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개인의 유산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정보통신망법이나 여러 가지 법에 저촉되는 것이 많아 운영방침을 바꿀 수 없다”며 “인터넷 이용자가 70%를 넘는 시대에 우리나라도 디지털 유산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유가족들이 팩스 등을 통해 가족관계증명서를 보내오면 가족의 요구에 따라 폐지만 가능하고 유족이라도 자료 열람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사이버 공간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거나 데이터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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