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ko Hypponen : 바이러스와의 싸움과 인터넷을 보호하는 것.
— 연사의 마지막 발언은 인터넷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법적 규제장치를 마련하는것, 그리고 실력이 있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활동기회를 제공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실력이 있는데도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사람들이 인터넷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로버트 풀 : 동물의 움직임에 관하여 (Secrets of movement, from geckos and roaches: Robert Full)
새처럼 나는 로봇 (A robot that flies like a bird)
김어준 “<딴지일보> 악의적 해킹…13년 자료 날아가”
http://www.newsface.kr/news/news_view.htm?news_idx=2564
‘딴지라디오-김어준의 나는 꼼수다’가 애플 온라인 서비스 ‘아이툰즈’(iTunes) 팟캐스트 뉴스 및 정치 분야에서 지상파를 제치고 빅히트를 친 가운데 <딴지일보>가 최근 원인모를 해킹을 당해 13년의 자료가 모두 날아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간신히 복구하고 있지만 최근 1년치의 자료는 아예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농협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분해서 잠이 안온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이 지난 5월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수많은 의혹을 낳았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를 말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딴지일보> 사태에 대해 “선수(전문가)가 의도적으로 치밀하게 복구불가능하게 작업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김어준 총수는 지난 4월 28일부터 아이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나는 꼼수다’라는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함께 출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합류했다.
첫 회부터 BBK 의혹을 특집으로 다루는 등 기성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 관련 이슈를 직설적인 대담으로 낱낱이 파헤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치 분야에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를 비롯한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치고 매주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7월 초 전체 순위에서도 SBS ‘두시탈출 컬투쇼’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악의적인 해킹을 당한 것. 8일부터 이용이 원활치 않자 <딴지일보>는 13일 결국 사용 중단 조치 긴급 공지를 띄웠다. <딴지일보>는 “외부 해킹으로 인한 사이트 감염 및 오류로 지난 금요일(8일)부터 사이트 이용이 원활하지가 않다”며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고 싶다”고 밝혔다.
김어준 총수는 이어 20일 내부게시판에 ‘총수성명’을 내고 “1998년 7월 4일, 창간 이래 최초로 겪는 사태다”며 “서버가 다운되거나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단순 해킹으로 알고 최고 전문가에게 의뢰했더니 해킹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 김 총수는 “오랜 분석 끝에 전문가의 최종 결론은 그렇다”며 “선수가, 매우 악의적인 의도로, 어떤 방법으로도 복구 불가능하도록, 치밀하게 작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수는 “그러면서도 실수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지만 이건 실수가 아니다”며 “그렇게 13년의 데이터가 날아갔다. 백업 시스템까지 깔끔하게 날렸다”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 총수는 “만약 작년 여름 어느 날, 테스트용으로 별도 백업 해두지 않았더라면, 딴지일보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뻔 했다”며 “최근 1년치를 제외한 데이터는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되살렸다”고 밝혔다.
“현재 보안과 백업을 업그레이드 중”이라며 그는 “그러나 독자제위를 비롯한 필진들이 작성한 최근 1년간의 게시물, 기사, 가입정보 전체가 영원히 사라졌다, 누가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역시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의가 불탄다. 두고 보자”며 “7월 26일 다시 뵙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 총수는 21일 <나는 꼼수다> 방송에서 “아직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다”며 트위터 등에 퍼지고 있는“성명은 내부게시판에 올려놨는데 누가 퍼뜨린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수는 “농협사태와 비슷한 면이 있다”며 “전문가에게 보고서를 받은 결과 농협사태는 누군가 알려지면 안 되는 엄청난 돈을 거래했고 이를 삭제하고 싶은데 별다른 방법이 없자 조작을 시도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 공격이니 온갖 페인트를 다 썼으나 결국은 미디어센터에 백업된 거래 내역을 조작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그 누군가는 농협, 경찰, 국정원 전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총수는 이날 ‘나는 꼼수다’를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이라고 부르면서 “경박하기 이를데 없는 세계 라디오 부문 5위에 불과한 방송을 각하에게 헌정한다고 생각하니 죄스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딴지일보 13년의 데이터가 모두 날아갔다는 소식과 김어준 총수의 성명은 트위터와 인터넷에 급속 전파됐다.
네티즌들은 “딴지일보를 지지합니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기다릴게요”, “딴지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쵸큼 많이 충격적이네요. 덕분에 ‘나는 꼼수다’ 찾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딴지일보 파이팅!”이라며 응원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상당수 네티즌들은 “의구심 증폭”, “딴지일보가 해킹 아닌 해킹을 당했다고 한다. ‘나는 꼼수다’라는 방송의 큰 인기로 시샘하는 세력이 생겼나보다. 역시 데이타백업은 손수 관리하는 게 최선인듯”, “누가 그랬을까요? 누가…..아…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군요”, “딴지일보가 무서웠나보군. 저 정도에 굴할 총수가 아니지”,
“딴지일보의 이번 사태는 누가 봐도 뻔하다는 거 다 알고 있는데, ‘나는 꼼수다’의 정석을 보여주는 구나”, “딴지일보 서버를 그 지경으로 만들 수 있다면 농협도 뭔가를 감추기 위해 통째로 날린 것?”, “딴지일보 제대로 당했구나. 가설을 상정하자면, 우좆빨빨계에도 사이버 공격 요원이 양성되고 있겠구나 하는 점”, “이로써 그분이 두려워하는 최고의 언론기관이 딴지일보임이 밝혀졌다”라며 농협사태와 연관해 의구심을 내보였다.
[언더그라운드.넷]딴지일보 해킹사태, 범인은 누굴까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107271904571&code=115
“1998년 7월 4일, 창간 이래 최초로 겪는 사태다. 서버가 다운되거나 바이러스가 침투하거나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니다.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간단히 복구할 줄 알았다. 최고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처음에는 해킹이 아니라는 것부터 단정했다. 해킹으로 이렇게까지 만들 순 없다고. 아마도 관리 실수일 거라고. 그래도 살릴 수 있다고. 그러나 오랜 분석 끝에 전문가의 최종 결론은 그렇다.”
7월 22일, 인터넷매체 딴지일보에 내걸린 총수 성명이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지난 1년치 데이터가 송두리째 날아갔다. 사실 창간 이래 13년의 데이터가 모두 날아갔지만 지난해 여름 테스트용으로 별도로 백업해 놓아서 1998년부터 2010년 여름까지의 데이터는 살아 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는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의 마지막 멘트’라며 전했다. “비유하자면, 농협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 우연한 기회이지만, 딴지일보 해킹사태는 지난주 <주간경향> 지면을 통해 포착되었다.
본지 기자가 작성한 팟캐스트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 소개 기사에서 이 ‘사태’에 대한 김어준 총수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건 목적을 가지고 치고 들어온 것 같은데요. 우리가 좀 ‘더티’하게 나오니까 ‘그쪽’에서도 더티플레이를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나저나 총수 성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농협과 같은 사태’라니, 그렇다면 딴지일보 내부 구성원 중 마스터키를 쥐고 있는 누군가의 컴퓨터가 해킹된 것? 총수를 제외한 ‘핵심인사’라고 할 수도 있는 딴지일보의 너부리 편집장에게 물었다. “지금은 딱히 뭐라 하기가 어렵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외부 온라인 접속을 통한 시스템 해킹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부리 편집장의 설명에 따르면 7월 8일 금요일께부터 접속이 제대로 안 되기 시작했는데, 서버가 보관되어 있는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 ‘누군가’ 시스템을 포맷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악의적’인 것은 보통 실수로 서버 하드 디스크가 포맷되는 경우 5~6차례까지는 덮어써도 데이터 복원이 가능하지만 이번 사태의 ‘범인’은 그런 경우까지 주도면밀하게 대비해 완전히 싹 밀어버렸다는 점이다.
김어준 총수가 본지 인터뷰에서 ‘그쪽’으로 지칭한 사람들이 누군지 유추하긴 어렵지 않다. 앞의 기사에서 소개한 것처럼 현재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김 총수가 ‘관여’한 방송들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그 중 <나는 꼼수다> 방송은 인터넷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각하 헌정방송’이라고 부제를 붙이고 있지만, 방송 내용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이를테면 BBK사건에서 에리카 김과 ‘각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그렇다. 그러니까 방송이 거슬린 ‘그쪽’의 막후공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음모설이다. 사실 누군가 IDC까지 직접 들어가서 서버를 포맷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누리꾼 추측도 음모설로 기울고 있다. “워낙 적이 많다보니 의심 가는 곳은 많지만 포괄적으로 보면 딱 한 군데네요.”(파코즈 게시판) 딴지일보 너부리 편집장은 “날아간 기사 중 안상수 한나라당 전 대표와 관련된 기사, 에리카 김 귀국과 관련된 기사, 그리고 최근의 김진숙씨 응원 희망버스기사가 기억에 남는다”며 “어쨌든 이번 사태로 독자들이나 필진에게 죄송한 일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딴지일보와 누리꾼이 의심하는 ‘그쪽’이 ‘거기’로 밝혀지질 않기를. 정말 ‘거기’가 개입되어 있다면 대한민국의 현실이 서글퍼지니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IT강국 ‘소프트웨어 몰락’ 불편한 진실
IT강국 ‘소프트웨어 몰락’ 불편한 진실
대기업의 착취가 ‘특허 역습’ 불렀다
한때 우리나라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 것이라 기대될 만큼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애플이나구글 등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수년 전부터 IT업계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현실을 질타하며 암울한 미래를 예고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과학대학원 원장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홀대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한 안 원장의 일침은 지난 15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휴대폰부문·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삼키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가 취약하도록 방치한 우리나라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판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IT(정보기술) 강국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 표현이 완전히 무색해진 것은 아니다. 삼성과 LG 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IT 분야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점유율이 예전 같지 않다. LG가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지 오래고 그나마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알려져 있는 삼성도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다.
지금 글로벌 IT업계는 소프트웨어 싸움이 거세다. 연일 뜨거운 공방을 펼치고 있는 ‘특허전쟁’도 결국 소프트웨어 싸움인 셈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모토로라 인수 후 “특허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모토로라가 가지고 있는 1만 7000여 개의 특허로 응용프로그램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페이지의 말이었다.
이에 앞서 구글은 IBM이 가지고 있던 특허권을 무더기로 사들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기업 IBM은 이미 2005년 PC사업을 접었다. 델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휴대폰부문 부동의 1위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될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 정도로 위태로워졌다. 휴렛팩커드(HP)는 최근 PC사업부를 내놓은 대신 영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인수했다. 과거 IT업계 강자들이 몰락하는 자리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이 채워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IT의 패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고 있는 때 우리나라 IT업계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그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잘나가던 소프트웨어 산업을 스스로 황폐하게 만들고 하드웨어에만 집착해 기기의 스펙(사양)을 늘리는 데만 힘을 쏟아왔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판이라는 지적이다. ‘IT 강국’이라는 표현을 언제 또 부끄럽지 않게 쓸 수 있게 될지 알 수 없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동안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우리나라의 IT산업의 허점을 여러 차례 찔러왔다. ‘베스트 팔로어'(Best Follower, 훌륭한 추격자)로서 무척 잘해왔고 손색이 없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시장 선도자)가 되지 못한 것을 꼬집었다. 미국의 유명 IT 대기자 월터 모스버그는 “삼성의 가장 큰 약점은 검색 광고에만 관심이 있는 구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모스버그의 일침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현실화할 공산이 짙어졌다.
지난 15일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는 소식은 국내 IT업계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격이었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 삼성과 LG 등 국내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상 자사의 스마트폰에 더욱 신경 쓸 것은 뻔하다. 여기에다 지금까지 무료로 쓰게 해주던 것을 하루아침에 철회하고 특허권을 주장하기라도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독자 운영체제인 ‘바다’에 주력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은 “바다의 기능 개선과 생태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힘써 바다를 스마트폰 플랫폼의 한 축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야심차게 밝혔다. 하지만 현재 바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9%에 불과하다. 1위 구글 안드로이드(43.4%)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치다.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LG전자와 팬택의 경우에는 아예 자체 운영체제가 없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구글을 찾아가기 전 맨 처음 LG와 삼성을 찾아갔지만 무시당하고 퇴짜를 맞았다는 사실이 최근에 알려졌지만 업계에선 이미 유명한 일화라고 한다. IT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등한시한 대가가 앞으로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위기감을 전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처음부터 허약했던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줄 만큼 막강했다. 소수 인원이 모여 창업 열풍이 불었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몇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그 시절을 업계에서는 황금기로 표현한다. 지금도 그 시절을 회상하며 씁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완전히 딴판이다. 중소업체들이 중심이 돼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고 개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당분간 인력 확충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와 KAIST 전산학과는 지난 몇 년간 정원을 줄여왔다. 그나마 줄인 정원조차 채우지 못한 채 늘 미달 상태였다. 둘 다 소프트웨어를 주로 공부하는 학과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최고 인기학과 중 하나였다.
현재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난은 매우 심각하다. 웬만한 인력은 대기업에 뺏기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인력도 서로 데려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IT업체 인사 담당자는 “비록 많은 연봉을 준다 해도 젊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30대 중에서는 숙련된 개발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능력 좀 있다 싶으면 40이 훌쩍 넘어 있는 것이 예사”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개발 인력들은 어느 한 곳에 매어 있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즉 프리랜서 신분을 훨씬 선호한다는 것. 더 많은 수입에다 자유롭게 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한 회사에 취직해 책임질 일을 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보수를 적게 줄 수도 없다. 워낙 개발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다보니 많은 보수를 주고서라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한 소규모 IT업체 대표는 “할 수 있는 일은 무척 많은데 인력이 없어 못하고 있을 정도”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대기업들이 뒤늦게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외치며 인력 확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중소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수년 전부터 안철수 원장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이렇게 망가진 탓이 대기업에 있다고 비판해왔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중소업체와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인수·합병(M & A)하기보다 단가를 후려쳐 독점 계약하는 형식으로 울타리에 가두다 보니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가 확 죽었다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한 강연에서 “괜찮은 벤처가 있으면 M & A를 해야 벤처투자자가 돈을 회수할 수 있는데, 그냥 그 기업과 독점계약을 맺고 소위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 식으로 동물원에 가두니까 벤처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또 “삼성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구글 때문에 숱하게 만들어진 인터넷 벤처들이 그들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제는 꽤 유명해진 IT업계의 ‘동물원론’ ‘생태계론’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안 원장은 “(삼성이 동물원에 가두지 않고) 삼성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고전하는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비록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 인력을 확충할 것을 지시했지만 현재로선 이마저도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핵심인력들은 이미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업체에 뺏긴 상황”이라며 “지금 와서 얼마나 우수한 인력을 가려 뽑아 시장을 선도할지 의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임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길은 오직 하나, M & A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이 글로벌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력을 확충하는 일이 여의치 않고 특허전쟁에서 버티려면 결국 소프트웨어 분야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길뿐이다. 이 길이 가장 빠른 방법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M & A에 적극 나서라”고 지시한 것도 이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는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눈치 빠른 업체들이 벌써 몸값을 올리기 위해 영업망을 넓히기도 하고 특허권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애쓰기도 하며 몸값을 더 올려 받기 위해 버티기도 한다. 비록 IT업계는 아니지만 최근 삼성이 도시바메디컬시스템을 인수하기 위해 나섰지만 무산된 것이 좋은 예다. 무산된 이유가 바로 “도시바가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IT업계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오히려 IT업계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업계 M & A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인터디지털의 예가 대표적이다. 인터디지털은 무려 88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특허 괴물’로 통한다. 구글, 애플 등도 모두 노리는 기업이다. 삼성도 인터디지털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근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인터디지털이 다른 기업에 인수된다면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전쟁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이를 망가뜨린 책임이 있는 정부와 대기업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대기업과 정부가 함께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토종 OS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개발자들을 관리하고 잘 키워내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IT업체 대표는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와 개발자들의 기를 살리는 것이 곧 소트프웨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자 IT강국으로 다시 올라설 수 있는 토대”라고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구글’이 의심스러워?…일단 믿어봐
또 다시 위기가 닥쳐왔다고 합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한국은 이제 하청 기업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깊습니다. 여태까지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비가 없었음을 탓하자 기업과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재벌 회장의 한마디에, 천대받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정부는 토종 운영체계를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IT 현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은 이 난리판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위기? 책임자는 어디에?
위기가 닥쳤다면 먼저 원인을 분석하고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잘못된 정책을 이끌어 온 정부는 사과를 하고 대비 없이 단기 성과에만 집착했던 기업들은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인물 교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 대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추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오히려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더 많은 지원을 받아낼 구실로 삼고 있습니다.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외부에서 위기라고 외칠수록 작업 환경이 오히려 더 가혹해져 왔습니다.
위기이므로 연봉 인상과 같은 한가한 소리할 시간에 열심히 일이나 더 하라고 핀잔 받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 더 빨리 제품을 만들라고 재촉 받게 됩니다. 어쩌면 위기란 또 다른 야근과 밤샘 작업의 다른 이름으로 엔지니어들을 좀 더 혹사 시키기 위한 좋은 핑계인지도 모릅니다.
소프트웨어는 공장에서 전자제품을 조립하듯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사판처럼 공기 단축이 유행이 되어 외국에서 1년이 걸려도 만들기 힘든 것을 2달 만에 완성시켜야 하는 프로젝트가 일상입니다. 수 년 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만든 유저인터페이스를 10일 만에 만들어 내도록 했다고 자랑하는 관리자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소프트웨어 품질을 떨어뜨리고 작업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어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현장에서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의사나 판사로 전업하고 있는데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보다 훨씬 더 쉽고 편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시간과 여유가 필요합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높이 사주는 문화도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인재들을 개발실에 몰아 넣고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코드를 작성하는지 경쟁시키는 구조에서는 토종 운영체계는커녕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도 나오기 힘듭니다.
90년 후반 삼성 내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전담하는 “소프트웨어 센터” 창설 멤버였던 이유현씨는 “한국은 값싼 산업용 전기를 낭비하듯 인재를 과소비하는 국가다. 기업들은 고급 인재를 연료로 태우며 달리는 연비 나쁜 자동차와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기회를 주는 등 인재의 질 향상에 주력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인재 양성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중소기업에 있는 개발자를 싹쓸이하고 있는 현실은 질 향상보다는 사람 수를 늘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입니다.
이런 행위로 인해 그나마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던 중소기업들이 다시 전멸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와 대기업이 대책을 마련할수록 엔지니어들과 중소기업들은 재앙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위기는 바로 이런 식의 대응이 만들어낸 것임에도 개선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정말 위기?
어느 날 갑자기 애플이 아이폰이란 놀라운 스마트폰을 출시함으로써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습니다. 오바마도 사용하여 화제가 되었던 블랙베리폰은 이동 중에도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 특화되어 10년 이상 이 시장을 지배해 왔으나 아이폰 때문에 한 순간에 구닥다리 머신이 되고 말았습니다.
휴대폰 제조 세계 1위였던 노키아는 심비안이란 독자 운영체계를 무료로 공개하면서까지 생존을 도모했으나 경쟁에서 밀려 나고 말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용 윈도우와의 호환성 이외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던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계를 버리고 윈도우폰 운영체계를 다시 만들고 있으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결합을 이룬 아이폰 하드웨어로 모든 스마트폰을 시장에서 퇴출시켰습니다. 애플은 또 개발자와 창작자가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콘텐츠 유통 마켓을 만들어 여태까지 휴대폰 시장에서 군림했던 통신사를 배제시켜 버렸습니다. 휴대폰 제조 강국이었던 한국도 아이폰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었는데 이를 일거에 만회할 수 있게 해준 업체가 나타났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등장한 것입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란 오픈소스 운영체제를 제조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안드로이드 덕택에 삼성과 LG는 노키아를 누르고 휴대폰 세계1위의 꿈을 달성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단기간에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오라클 등 수 많은 업체들이 특허 공세를 취해왔습니다.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이들 업체에게 기기당 수십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방어용 특허를 구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캐나다 노텔의 특허를 구입하려 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연합군이 45억 달러에 먼저 사들이자 결국 구글은 모토로라 모바일 부분 전체를 125억 달러에 사들이는 초강수를 두게 됩니다. 125억 달러는 구글 현금자산의 1/3에 달하는 거액이었습니다.
이런 거액을 안드로이드 특허 방어용으로 배팅했다는 구글의 발표를 아무도 믿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분석가들이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에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기대치 이상으로 오르자 구글이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는 해석도 많습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소프트웨어를 등한시 해왔던 한국 기업들은 결국 구글의 하청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도 크게 틀린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토종운영체계? 촌스러운 한국식 해결 방식
구글이 제조업까지 넘본다는 판단으로 인해 한국은 현재 다른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마땅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점 운영체제를 무기로 제조사들 위에 군림하며 사용 가능한 하드웨어 종류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합니다. 제품마다 비싸게 받아가는 라이선스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뒤지자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대안도 없이 모바일 윈도우를 포기해버릴 정도로 무책임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믿고 사업을 계속하는 것도 위험한 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만 바라 보았더라면 삼성과 LG는 4년이상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져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었을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폰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노키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제조사들은 찬밥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종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주류가 된 운영체제들을 개발하는데 수십억 달러와 수천 명의 인력이 동원되었을 뿐만 아니라 20년 이상 다듬어져 온 것들입니다. 애플의 IOS는 애플에서 쫓겨 난 스티브 잡스가 전 재산을 투입하여 개발한 넥스트스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운영체제입니다. 잡스가 애플에 재 입성한 후 이것을 다시 가다듬는데 또 오랜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도 20년간 수 많은 해커들의 ‘헌신’으로 성장해 온 리눅스란 오픈소스 운영체제 위에서 동작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는 성능과 안정성 같은 기술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용자와 개발자를 확보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소위 플랫폼 생태계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업체들의 협력과 자발적인 개발자들의 참여로 가능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타 업체들과 공생하고 참여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상생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 업체를 도태시킴으로써 PC를 지배할 수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부문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혼자서만 만들던 HP는 사업 자체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노키아도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자체 운영체제 심비안을 오픈소스화 시켰지만 개발자들의 동참을 끌어내지 못해 결국 심비안 운영체제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 운영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은 스스로 국가경쟁력을 말살시키는 선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종이란 개념자체가 개방과 협력을 통해 업체들과 연계해야 하는 현 상황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관료와 재벌들은 여태껏 외국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화를 칭찬하고 국산품 애용을 애국이라 믿던 시대의 사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여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을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상생 정신은 애초에 우리나라 기업엔 없는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독자 운영체제를 만들고 싶다면 제가 1억만 받고 6개월 내에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무료로 소스까지 공개되어 있는 오픈소스 운영체제 중에 하나를 골라 화면만 그럴듯하게 꾸미면 됩니다. 여태까지 한국형 운영체제 개발 프로젝트가 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아니 아시아 국가들은 거의 비슷한 행위를 해왔습니다. 중국의 홍기리눅스, 북한의 붉은 별 OS, 아시아국가들이 합쳐서 만들었다는 아시아눅스 그외 수 많은 한국형 운영체제들도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에 정부가 3년 간 90억을 들여 토종 운영체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것도 결국 공개 운영체제 화면 다듬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정말로 진행된다면 정부 과제 수행 전문 조직과 기업이 거의 대부분의 자금을 챙겨간 후 하청에 재 하청을 거쳐 실제 개발을 하는 업체는 사실상 1억도 되지 않는 돈을 받고 작업하게 될 것입니다. 거창한 국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프로그래밍 학원의 과제물 수준에 불과한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오픈소스가 지배하는 세상
현재 운영체제 세계는 오픈소스와 독점 소스의 싸움입니다. 독점 소스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래밍 저작권을 특정 업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모바일 분야에서의 독점 운영체제는 스티브 잡스란 천재가 주도하는 애플이 장악한 상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 같은 업체들은 애플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입니다. 뛰어난 애플 운영체제로 인해 이런 상태는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IOS의 커널 부분은 논외로 함)
독점 소스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오픈소스입니다. 오픈소스는 소스를 공개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합니다. 일단 오픈소스가 되면 독점 소스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오픈소스는 제작자가 소유권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아이디어는 공유되어야 인류에게 이롭다는 신념으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대가 없이 공개하는 것이 오픈 소스 철학입니다. 오픈소스 철학은 유구한 해커 문화의 산물입니다. 그들은 문제를 얼마나 우아하게 해결했는지 여부를 가려서 가장 뛰어난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을 해커로 칭송하며 존경합니다. 공유 정신을 가진 해커들은 소스를 독점하고 특허로 경쟁 업체를 도태시키려는 독점 소스 기업들과 경쟁해 왔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구글은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리눅스 위에서 동작합니다. 탄생한 지 20년이 된 리눅스는 전세계 개발자들의 헌신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들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들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왔습니다. 해커들은 사용자들의 감사 표시와 존경이라는 명예만으로도 상용 제품에 못지 않은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재단하고 서로 의심하며,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 먼저 배신하는 극심한 경쟁 속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들의 철학은 현실 속에서도 승리해왔습니다.
오픈소스 리눅스는 해커들의 노력 덕택에 세상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중앙제어장치(CPU)를 지원합니다. 새로운 CPU가 나오면 가장 먼저 리눅스가 동작하게 만드는 것이 업계 관행으로 자리잡았습니다. IBM은 이미 위기 타개책으로 십 년 이상 전략적으로 리눅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형 컴퓨터인 메인프레임, 초고속 계산용인 슈퍼컴퓨터 그리고 인터넷 서버는 리눅스가 지배적인 운영체제입니다. 스마트폰, 타블렛, 스마트TV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사용하는 공유기, 네비게이션 등 임베디드 머신이라고 불리는 소형기기는 이미 리눅스로 천하 통일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늘 접하는 PC를 제외한 전세계 컴퓨터는 오픈소스 운영체계가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픈소스는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가져다가 마음대로 고쳐 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운영체제가 필요한 곳에서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리눅스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리눅스는 출시된 이후로 점유율 상승이 멈춘 적이 없습니다. 프로그램 호환성을 무기로 삼고 자사 제품 끼워 팔기로 독점을 유지해 온 마이크로소프트는 PC 다음 시대인 모바일 환경까지 지배하려고 하고 있지만 리눅스에 기반한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눅스의 승리로 인해 운영체제는 이제 공기와 같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전세계 해커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오픈소스 운영체제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운영체제를 독점하여 돈을 벌 수 없으며 새로운 운영체제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이런 생태계를 다시 만들지 못하는 한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운영체제 독점은 불가능해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토종 운영체제 제작과 같은 생각은 포기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양면 시장에서의 한국의 위치
하드웨어 생산 세계 1위를 달성하고 동시에 소프트웨어도 토종 제품으로 세계를 석권하겠다는 것은 매우 한국적인 발상일지도 모릅니다. 전세계 기업들은 각자 독특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를 팔아서 수익을 얻습니다. 애플은 음악과 콘텐츠를 유통하는 마켓의 지배력과 뛰어난 운영체제를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드웨어 완제품을 팔아서 수익을 얻습니다. 구글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모든 것을 무료로 나누어주고 검색 광고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LCD와 모바일 CPU, 메모리 반도체 강국입니다. 거기에 더해 TV와 스마트폰 완제품으로 매출을 올리는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가장 많은 이익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전세계 모든 기업들에게 부품을 공급하고 스마트폰 완제품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소프트웨어까지 지배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와 발전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지금과 같이 독점을 원하는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 운영체제는 오픈소스가 대세가 되어 이것으로는 아무도 수익을 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운영체제는 공기와 같아졌는데도 위기를 조장하며 독자 운영체제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 수 있습니다. 재벌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한국식 수직 계열화에 길들여진 국민도 이를 바라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고, 모든 업체와 적이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되면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구글의 오픈 정책
구글은 오픈소스의 이념인 개방 정신을 따르는 매우 독특한 기업입니다. 구글은 검색 경쟁력을 위해서 전세계 모든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서 모든 인터넷 업체와 공생을 추구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검색 결과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애드센스란 광고 기법을 개발해 인터넷 사이트들도 구글 검색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구글은 또한 지도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위치 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용량 메일 뿐만 아니라 온라인 오피스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하며 이런 소프트웨어를 모아 크롬OS를 만들고 다시 이것들을 하드웨어에 담은 크롬북까지 출시했습니다. 구글은 크롬북 하드웨어에서 일체의 수익을 얻지 않으며 크롬OS 또한 오픈소스로 만들어 누구나 쓸 수 있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확산을 위해서도 같은 정책을 취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달빅이란 프로그램 운영 환경도 오픈소스화 했습니다. 각종 앱의 소스까지 무료로 제공합니다. 제조사를 위해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도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에는 앱 마켓 운영권을 넘겨 주고 거기서 아무런 수익도 취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구글의 검색 창을 내장할 경우 이를 통해 얻은 검색 수익도 통신사에 나누어 줍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그리고 오라클이 집요하게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에게 특허 공격을 하는 것은 안드로이드 확산을 막기 위한 전략입니다. 구글이 원하는 것은 스마트폰 검색에서 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넓어질수록 이익이 됩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안드로이드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에까지 나서게 된다면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일거에 파괴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한해 9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는 인터넷 광고 시장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광고 시장을 포기하고 적자 상태인 모토로라의 휴대폰 제조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힘듭니다.
구글이 다른 제조 업체들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음에도 이를 의심하는 것은 앞에서는 공정성을 내세우지만 뒤에서는 불공정을 일삼는 한국적 현실에 우리가 길들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구글에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위 반복 죄수의 딜레마가 좋은 기준이 됩니다.
반복 죄수의 딜레마
두 용의자가 따로 갇혀 자백을 강요당합니다. 둘 다 서로를 배신하고 자백하면 5년을 살게 되지만 둘 다 자백을 거부하고 용의자끼리 협력하면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 명만 자백하면 그는 석방될 수 있지만 다른 용의자는 10년을 살아야 합니다. 용의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둘 다 협력을 하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배신이 가져올 위험을 피하려면 결국 배신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신뢰 없는 상대와의 1회성 게임은 끝내 파국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반복해야 할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전에 상대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여부에 따른 평판 시스템이 작동함으로써 선택에 있어 참고할 근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의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실제 게임이론가들이 다양한 전략으로 실험한 결과 소위 팃포탯(Tit for Tat: 눈에는 눈) 전략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팃포탯은 3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먼저 협력하라, 2. 배신에는 즉각 보복하라, 3. 배신자를 용서하라. 이 전략은 복잡하지 않아 상대가 오판할 위험이 없고 보복후의 용서로 인해 상대의 협력을 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헌신해 왔습니다. 오픈소스 정책에 위배된 일을 한 바도 없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업체들의 특허 공격으로 구글폰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을 위해 폰을 생산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이었으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인해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의 특허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었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한 헌신은 이렇게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모토로라가 구글 프리미엄을 누리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것은 여태까지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받았던 특허 압박에 비해서는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구글을 의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안드로이드 개발 초기 구글은 휴대폰 제작업체들에게 안드로이드폰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에게 레퍼런스 폰을 제작 의뢰하였으나 국내 업체들은 구글이 제조에까지 나선다고 의심하여 하나같이 거부했습니다. 구글은 어쩔 수 없이 대만의 HTC란 제조사에게 의뢰했고 전략적으로 넥서스원이란 구글폰을 지원한 HTC는 지금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 맹주로 자리잡았습니다. 국내기업들은 뒤늦게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폰을 제작하겠다고 나섰으나 삼성만 참여할 수 있었고 LG는 아직도 선택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구글이 제조사들을 위해 레퍼런스로 폰을 제작하는 것일 뿐이라고 누누이 설명했지만 이를 믿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결국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고전을 해야 했습니다. 이후 국내 엔지니어를 싹쓸이해간 삼성만 겨우 기술적 간극을 따라잡은 상태지만 LG는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레퍼런스 폰을 만든 업체가 안드로이드폰 경쟁에서 특별히 우위에 선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구글은 개발력을 갖춘 업체들에 레퍼런스 폰 제작 기회를 골고루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구글이 모토로라에 레퍼런스 폰 제작을 의뢰할 경우 언론들과 마케터들은 구글이 드디어 모토로라에 특혜를 주기 시작했다고 떠들게 되겠지만 그것을 판단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구글과 모토로라가 불공정 행위를 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안드로이드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퇴출 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개발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구글이 가장 헌신적으로 개발에 임하고 기술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를 이끌고 있을 뿐입니다. 안드로이드를 구글 마음대로 독점 소스로 전환하거나 라이선스를 받게 계약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만약 구글이 안드로이드 신 버전의 라이선스 정책을 바꾸어 독점하겠다고 하거나 모토로라에 부당한 특혜를 베푼다면 안드로이드에 참여한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구글을 퇴출시킬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 생태계는 먼저 배신하는 자가 응징 당하는 신뢰성 게임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최선의 선택
문제는 우리가 안드로이드에 대해 배신전략을 취하더라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독점 운영체제는 이제 불가능한 모델이고 오픈소스는 안드로이드란 훌륭한 제품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독자 운영체제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독자 운영체제를 오픈소스화 시키겠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안드로이드를 새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어차피 독점할 수 없는 오픈소스라면 그냥 안드로이드를 쓰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비용만 낭비하며 바퀴를 재 발명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안드로이드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학계에서 모든 아이디어를 안드로이드 위에서 구현하도록 정부가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 기업들은 안드로이드를 활용하여 제품을 만듦으로써 기술력을 확보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개발자들이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응용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개발까지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 안드로이드 개발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나라, 안드로이드의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나라 바로 안드로이드 종주국이 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만약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소유하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모토로라를 특별 대우하는 경우 우리나라가 안드로이드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게 됩니다. 구글을 제외한 전세계 나머지 업체들을 이끌고 갈 능력을 길러 놓아야 구글의 배신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 길은 사실 쉽고 간단하며 비용이 절약되고 세계 조류에 맞는 가장 상식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오픈소스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료,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는 기업, 여태까지의 헌신도 무시한 채 먼저 배신하여 눈 앞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조언자들로 인해 이것이 가장 위태로운 선택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안드로이드를 선택하라는 주장이 근거 없이 상대를 믿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느껴진다면 혹시 내가 오픈소스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상호 신뢰 없는 한국적 상황에 매몰된 것은 아닐까 하고 잠시 자신을 뒤돌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세상은 헌신, 기여, 개방, 공유란 단어를 그 의미대로 지켜온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지배하고 있으며 이에 동참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고 말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에겐 안드로이드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점입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
이 모든 제안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올 대책이 결국 공기 단축을 위해 엔지니어들의 숫자를 늘리고, 월급을 삭감하며 더 많은 밤샘 작업을 요구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습니다. 구박받는 며느리도 가문을 구할 자임을 알게 되면 힘든 밭일을 멈추게 하고 목욕을 시킨 후 안방에서 밥상을 받도록 해주는 법입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위기를 해결할 사람들이 결국 엔지니어들이라면 그 해결책은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진정성이 없는 방안은 결코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정말 소프트웨어의 위기라고 절감한다면 엔지니어들의 월급부터 올려 줘야 할 것입니다. 밤샘 작업을 중단시키고 정시 퇴근도 보장해야 합니다. 어쩌면 아이디어를 만들어 올 수 있게 휴가를 보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뛰어난 발상은 연구실에서 밤을 새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휴가지 해변에 누워 있을 때 떠오르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오픈소스는 개발자들이 자기 시간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만들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율성을 가질 수 있게 하자 한류가 꽃핀 것처럼 엔지니어들을 닦달하지 않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엔지니어들도 자기의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일생에 단 한 번 좋은 대접을 받을 기회를 맞은 며느리가 예전처럼 부엌바닥에서 남은 밥을 마저 먹겠다고 주저 앉으면 안됩니다. 그것이 한편 겸손해 보일지는 몰라도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가장 바보 같은 짓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국을 구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의 능력이 필요하다면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하여 당당히 필요한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좀 더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밝히는 엔지니어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현장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책을 요구하는 엔지니어들이 많아져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대기업의 인재 싹쓸이를 막고 공정한 심판관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은 인재의 질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현장의 요구를 묵살하고 또 다시 엔지니어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창의력을 말살시키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나마 남아 있던 능력 있는 엔지니어들도 다 떠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격심한 기술 전쟁을 아무런 대책 없이 맞이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사회 전체가 감당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
덧붙이는 글 | 김인성 기자는 시스템 엔지니어이자 IT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일반인을 위해 한국 IT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국 IT 산업의 멸망>을 출간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은 보안 측면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많은 보안 인력이 산업 현장에서 근무한다. 그 동안 들어본 보안 솔루션들은 전부 다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모든 것이 삼성 내부에 있는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와 있고 효과적으로 설치, 운영된다. 그 중 최근 화두인 클라우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클라우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제품이 있는데, 삼성은 그 중 SBC(서버 기반 컴퓨팅), 클라이언트 가상화, 가상 디스크를 사용한다.
우선, 외부 출장자, 재택 근무자는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한다. 협력사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한다. 제조 라인에 대한 보안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강화한다. 먼저 사용자가 밖에서 내부 시스템으로 들어올 때에는 SBC, 를 통해 작업을 한 뒤 시스템에 업데이트를 한다. 작업을 마치면 사용자 PC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만약 사용자가 작업을 하던 노트북을 잃어버리거나 PC가 해킹을 당해도 그 안에는 업무 관련 자료가 없으니 피해가 없다. 이처럼 사용자의 실수까지 케어를 해준다.
다음으로 협력업체에 사내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클라이언트 PC 가상화를 적용한다. 가상 영역에 정보(설계도면, 매뉴얼, 심안서)를 올려주면 협력업체에서 그 자료를 받아서 작업 후에 다시 서버에 업데이트를 하는 형태이다. 리얼 PC에서는 해당 정보는 보이지 않는다. 빼내가려고 해도 빼내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제조 라인의 경우 365일 24시간 작동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조 라인에 내장된(임베디드) 컴퓨터 대부분이 윈도우 기반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어서 멈춰버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내망 또는 인터넷과 연결된 부분을 가상화 PC로 구성한다. 업무 자료는 가상 PC와 리얼 PC가 분리되기 때문에 악성코드가 침투하더라도 리얼 PC에는 영향을 못 미친다. 때문에 제조 라인 전체가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연구소나 기밀 업무를 하는 쪽은 가상 디스크를 사용한다. 이런 부서는 중요 문서를 개인 PC나 노트북에 저장을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개인 PC가 악성코드에 감염이 되어도 내부의 중요 문서가 유출되지 않는다.
http://v.daum.net/link/18133544
http://blogsabo.ahnlab.com/822
악성코드 암호 분석 전문가, 그들이 사는 세상
순도 100% 의 열정!!
그들은 악성코드를 열정으로 상대했다. 최선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상대를 막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한 악성코드 분석가들의 끝없는 열정을 노래했다.
http://blogsabo.ahnlab.com/831
1, 페이스북 오탈자는 병가지상사
Misspell in facebook is a trivial round of daily life.
2, 친구가 많으면 담벼락이 산으로 간다
Too many friends spoil the face book’s wall.
3, 원수는 페이스북에서 만난다
Encounter an enemy on Facebook.
4, 늦게 배운 펫북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Do not notice time passing with latebird facebook.
5. 얌전한 페북친구 페이지 먼저 만든다
A fair facebook friend may open the page in advance.
6. 잘 키운 펫친 하나 열 동창 안부럽다.
To have a loved facebook friend is better than acquainted alumni.
7. 늦게 배운 펫북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
Facebook keeps the day breaks away.
8. 안에서 하는 펫북, 밖에서도 한다.
Facebook for everything and everything in its wall.
9. 펫북도 댓글 달아야 보배다
Without comments facebook does not sparkle.
10. 발 없는 펫북 천리 간다.
Facebook news travels really fast
11. 가는 댓글 고와야 오는 댓글도 곱다.
Better replay goes around comes around.
12. 친구 많은 담벼락 바람 잘 날 없다.
There is no rest for the facebook wall with too many friends.
13. 직장 펫북은 상사 눈치 보고, 집 펫북은 부인 눈치 본다.
Office Facebook walks on eggshells around a supervisor, home Facebook walks on eggshells around a wife.
14. 오프라인에서 뺨맞고 페이스북에서 화풀이한다.
Go facebook and block the facebook friends.
15. 아니 땐 댓글에서 블럭 날까
Where there’s a false reply, there’s a blocking.
16, 페이스북 3개월이면 자다가도 댓글단다.
Those who sleep with facebook will rise with adding comments
17, 펫북친구 많다 자랑마라
Boasting begins where facebook friends stops
18, 공든 1,000친구 댓글 하나에 무너진다.
Well relationship in facebook isn’t built in one day but is fallen with single word.
19. 친구추천 다르고, 친구추가 다르다.
Haven’t you noticed difference between suggesting and adding?
20. 페북 망신은 악플러가 시킨다.
A harasser spoils the whole facebook wall.
21. 못된 펫친 악플부터 배운다.
A harasser imitates bad replying first.
22. 펫북가입 3일이면 친수버튼 누른다.
In 3 days facebook, click the add button.
23. 댓글도 같이 달면 낫다.
Two comments are better than one”
24. 근친언추 : 가까운 친척은 친구추가 하지 않는다
Banning close relatives
25, 아이폰 들고 페이스북도 모른다
Don’t know “Facebook” Iphone- illiterate!!!
26, 블록 당한 후에는 손 흔들어도 소용없다
It is no use waving over the banning.
28. 4999 펫친도 두드려보고 친수한다.
Look you before adding friends
29. 페이스 이쁜 건 3일, 공유 잘하면 3개월, 댓글 잘달면 3년이다.
Nice looking faces can be remembered for 3 days,
Sharing knowledge may remain for 3 months,
But comment that truly cares never forget.
30. 고기는 씹어야 맛이요 펫북은 좋아요가 맛이다.
A true facebook friend never hesitate to click “like”
(페이스북 친구만들기 정재우님에게서 퍼 왔습니다)
Near Field Communication
미국, 육·해·공·우주 이어 사이버공간=제5전장 규정
‘해커 10명’이면 미국 공격 충분…피해는 상상 초월
유엔 ITU총장 “사이버전쟁 금지조약 맺자” 호응 없어
» 미국 공군 사이버 사령부 대원들이 사이버전쟁 시뮬레이터를 조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사이버 사령부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사이버전쟁 대응 태세에 나섰다. 미국 공군 제공
#1
지난달 30일,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의 대표적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아워’ 사이트에는 ‘투팍 샤쿠르’(1996년 사망한 전설적인 래퍼)가 아직 뉴질랜드에 살아 있다는 깜짝 기사가 실렸다. 물론 거짓 기사였다. 자신을 ‘룰즈섹’이라고 밝힌 4명의 해킹 그룹이 ‘재미삼아’ 저지른 짓이었다.
하지만 만일 정치적·전략적 목적를 지닌 해커가 ‘알카에다가 뉴욕을 공격했다’는 따위의 위험한 기사를 올렸다면 어땠을까. 미국의 국가안보에 곧바로 영향을 끼치는 대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2
구글은 1일 자사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 계정 수백개가 해커들에게 공격당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킹당한 이메일이 미국의 군 관계자, 관료, 한국의 관료, 중국의 반체제 인사 등의 계정이었다는 점이다. 해커는 이들의 이메일 전달 설정을 조작했고, 이들이 받은 메일은 고스란히 다른 곳으로 전달됐다. 이메일 내용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은 해킹의 진원지로 중국을 지목했지만, 중국은 부인하고 있다.
이른바 ‘제5의 전장’이라 불리는 사이버 공간에 ‘전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한달 사이에도 <피비에스>, 구글 지메일, 록히드 마틴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뤄졌다. 미국의 보안전문 업체 ‘애플리케이션 시큐리티’의 대표 조시 샤울은 “2011년은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최근의 급증세를 우려했다.
잇단 해킹 사건은 재래식 전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는 미국도 이 전장에서는 그다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잇따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지난해 초 국방검토 보고서를 통해 사이버 공간을 육·해·공·우주에 이은 제5의 전장으로 공포했다. 이어 지난해 ‘사이버 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엄청난 재원도 쏟아부었다.
하지만 투자만큼 효과는 크지 않았다. 사이버전쟁의 가장 큰 특징이 ‘비대칭성’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린 국방부 차관이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을 공격해 큰 충격을 주는 데는 수십만명의 병력이 아닌 ‘10여명의 결의에 찬 해커’가 필요할 뿐이다.
» 사이버 공격 트래픽 상위 10개국 비율
사이버 공격에 뚫릴 경우 해당 국가나 기업의 직간접적인 안보 피해는 상정하기조차 힘들다. 이스라엘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의 핵시설을 교란한 웜바이러스 ‘스턱스넷’ 같은 프로그램은 제2의 체르노빌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 핵무기나 무인기 조종시설이 해커에게 뚫리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악몽’이다.
사이버 공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린 차관은 지난 1월 100여곳에 이르는 나라의 정보기관이 하루에도 수백만번씩 미국의 군사기밀을 빼가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밝힌 바 있다. 유명 인터넷 백신업체 카스퍼스키의 설립자 나탈리아 카스퍼스키는 “매일 7만개의 공격 바이러스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에만 200명이 넘는 사이버 범죄자를 체포했다.
급기야 견디다 못한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이를 ‘전쟁 행위’로 규정해 미사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하지만 공격의 진원지를 증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사이버 공격이 대개 ‘비국가적 행위자’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특성으로 미뤄볼 때 실현되기 어려운 ‘엄포’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사이버 국가안보 수장들도 1~2일 영국 런던에서 ‘세계 사이버안보 정상회의’를 열어 사이버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하마둔 투레 사무총장은 “다음번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장소는 사이버 공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며 “사이버전쟁 확산 금지 조약을 맺자”고 주창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각국이 허둥대고 있는 사이 사이버전쟁의 위협은 한발한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