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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커버그를 해킹한 해커의 제안
시사INLive | 백욱인 | 입력 2011.03.01 11:10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 2010년 < 타임 > 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는 6억명에 이르고, 지난 1월 골드만삭스는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를 500억 달러로 추정하며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런 주커버그 팬 페이지가 지난 1월26일에 해킹당했다. 해커는 주커버그 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페이스북이 돈이 필요하다면 은행에서 빌리지 말고, 이용자들이 사회적 방식으로 페이스북에 투자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 왜 페이스북을 노벨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말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지 않느냐?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 메시지 마지막에는 위키피디아의 ‘소셜 비즈니스’ 항목과 페이스북이 주관하는 해커컵 2011 페이지의 링크가 설정되어 있다. 페이스북 측은 버그 때문에 해커가 침투하여 몇 개 페이지에 이상한 글이 올라왔고 이 문제를 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1800명의 ‘좋아요’와 댓글 500개가 달렸다.

주커버그의 팬 페이지에 침투한 해커는 두 가지를 해냈다. 그는 페이스북 창업자 팬 페이지를 해킹함으로써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부각했다. 해커는 1월28일 ‘데이터 프라이버시의 날’을 앞두고 주커버그의 팬 페이지를 해킹함으로써 자신의 행위와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를 연결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페이지가 해킹되는데 하물며 일반 가입자야 어떠하겠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던진 메시지이다. 그간 소셜 미디어의 사회적 위상과 책임에 대한 질문은 별로 없었다. 이 해커는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위상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뚫었다. 소셜 미디어의 선두 주자인 페이스북은 ‘사회적’인 속성을 분명히 지니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관계를 이어주고, 사람들의 활동 결과물을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생산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소유는 사적으로 챙겨지는 자본주의 기업일 뿐이다. 이용자의 사회적 활동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페이스북은 성격상 이미 당연히 ‘사회적 기업’이다. 단, 그들은 이윤을 이용자와 나누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적 기업이다. 해커는 이 지점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다.

간단히 넘어갈 수도 있는 이 사건을 계기로 과연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기업이란 뭘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생산만 사회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과 분배도 그리할 수 있는 기업이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기업 아닐까? 아직 이 같은 모델을 보여준 기업은 드물지만 P2P를 위시해 이미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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