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주 시인 – 어머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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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92015
 

아들아, 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 호미 잡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천만 배 고되다. 그리 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 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 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 서러워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뿐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도 있다. 살려서 간직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진 대로 살았다. 마음대로라는 게 애당초 없는 줄 알고 살았다. 너희를 낳을 때는 힘들었지만, 낳고 보니 정답고 의지가 돼서 좋았고, 들에 나가 돌밭을 고를 때는 고단했지만, 밭이랑에서 당근이며 무며 감자알이 통통하게 몰려나올 때 내가 조물주인 것처럼 좋았다. 깨꽃은 얼마나 예쁘더냐. 양파꽃은 얼마나 환하더냐. 나는 도라지 씨를 일부러 넘치게 뿌렸다. 그 자태 고운 도라지꽃들이 무리지어 넘실거릴 때 내게는 그곳이 극락이었다. 나는 뿌리고 기르고 거두었으니 이것으로 족하다.

나는 뜻이 없다. 그런 걸 내세울 지혜가 있을 리 없다. 나는 밥 지어 먹이는 것으로 내 소임을 다했다. 봄이 오면 여린 쑥을 뜯어다 된장국을 끓였고, 여름에는 강에 나가 재첩 한 소쿠리 얻어다 맑은 국을 끓였다. 가을에는 미꾸라지를 무쇠솥에 삶아 추어탕을 끓였고, 겨울에는 가을무를 썰어 칼칼한 동태탕을 끓여냈다. 이것이 내 삶의 전부다.

너는 책 줄이라도 읽었으니 나를 헤아릴 것이다. 너 어렸을 적, 네가 나에게 맺힌 듯이 물었었다. 이장집 잔치 마당에서 일 돕던 다른 여편네들은 제 새끼들 불러 전 나부랭이며 유밀과 부스러기를 주섬주섬 챙겨 먹일 때 엄마는 왜 못 본 척 나를 외면했느냐고 내게 따져 물었다. 나는 여태 대답하지 않았다. 높은 사람들이 만든 세상의 지엄한 윤리와 법도를 나는 모른다. 그저 사람 사는 데는 인정과 도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만 겨우 알 뿐이다. 남의 예식이지만 나는 그에 맞는 예의를 보이려고 했다. 그것은 가난과 상관없는 나의 인정이었고 도리였다. 그런데 네가 그 일을 서러워하며 물을 때마다 나도 가만히 아팠다. 생각할수록 두고두고 잘못한 일이 되었다. 내 도리의 값어치보다 네 입에 들어가는 떡 한 점이 더 지엄하고 존귀하다는 걸 어미로서 너무 늦게 알았다. 내 가슴에 박힌 멍울이다. 이미 용서했더라도 애미를 용서하거라.

부박하기 그지없다. 네가 어미 사는 것을 보았듯이 산다는 것은 종잡을 수가 없다. 요망하기가 한여름 날씨 같아서 비 내리겠다 싶은 날은 해가 나고, 맑구나 싶은 날은 느닷없이 소낙비가 들이닥친다. 나는 새벽마다 물 한 그릇 올리고 촛불 한 자루 밝혀서 천지신명께 기댔다. 운수소관의 변덕을 어쩌진 못해도 아주 못살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물살이 센 강을 건널 때는 물살을 따라 같이 흐르면서 건너야 한다. 너는 네가 세운 뜻으로 너를 가두지 말고, 네가 정한 잣대로 남을 아프게 하지도 마라. 네가 아프면 남도 아프고, 남이 힘들면 너도 힘들게 된다. 해롭고 이롭고는 이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무 탈이 없을 것이다.

세상 사는 거 별 거 없다. 속 끓이지 말고 살아라. 너는 이 애미처럼 애태우고 참으며 제 속을 파먹고 살지 마라. 힘든 날이 있을 것이다. 힘든 날은 참지 말고 울음을 꺼내 울어라. 더없이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은 참지 말고 기뻐하고 자랑하고 다녀라. 세상 것은 욕심을 내면 호락호락 곁을 내주지 않지만, 욕심을 덜면 봄볕에 담벼락 허물어지듯이 허술하고 다정한 구석을 내보여 줄 것이다. 별 것 없다. 체면 차리지 말고 살아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고 귀천이 따로 없는 세상이니 네가 너의 존엄을 세우면 그만일 것이다.

아녀자들이 알곡의 티끌을 고를 때 키를 높이 들고 바람에 까분다. 뉘를 고를 때는 채를 가까이 끌어당겨 흔든다. 티끌은 가벼우니 멀리 날려 보내려고 그러는 것이고, 뉘는 자세히 보아야 하니 그런 것이다. 사는 이치가 이와 다르지 않더구나. 부질없고 쓸모없는 것들은 담아두지 말고 바람 부는 언덕배기에 올라 날려 보내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지극히 살피고 몸을 가까이 기울이면 된다. 어려울 일이 없다. 나는 네가 남보란 듯이 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억척 떨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괴롭지 않게, 마음 가는대로 순순하고 수월하게 살기를 바란다.

혼곤하고 희미하구나. 자주 눈비가 다녀갔지만 맑게 갠 날, 사이사이 살구꽃이 피고 수수가 여물고 단풍물이 들어서 좋았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니 내 삶을 가여워하지도 애달파하지도 마라. 부질없이 길게 말했다. 살아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을 여기에 남긴다. 나는 너를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키웠다.
내 자식으로 와주어서 고맙고 염치없었다.
너는 정성껏 살아라.

 Posted by at 7:12 PM

정년까지 롱런하는 인재들의 특징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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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82015
 

정년까지 롱런하는 인재들의 특징 5가지

 

1. 나이로 대접받기보다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

“시간이 지나도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많다고 대접받으려고 하기보다 내가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현역으로 롱런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 특징은 나이로 권위를 세우지 않는 사람이다. 나이에 신경쓰기보다는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점을 두고 회사와 동료 후배들에게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연기자 이순재씨는 ‘나이 먹었다고 주저 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받으려 하면 늙어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나이의 권위를 세우기 보다 주어진 배역과 작품에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웃기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으며 꽃할배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나이 여든이다.

2. 일에 대한 나만의 철학이 있는 사람

“회사일 하느라 정신없이 살기보다는 자기 철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왜 일을 하는지, 무엇이 재미있는지, 어떤 보람을 느끼는지, 그리고 나의 앞날은 어땠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 젊었을 때부터 생각했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올인하다가 막상 팀장이나 임원 승진이 안될 때 모든 걸 바친 나를 조직이 몰라주는가 하는 생각에 불만이나 분노 또는 열등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롱런하는 인재들은 자신 만의 철학으로 외적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나 내적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피터 드러커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는지 질문을 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발을 맞추고,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 바가 있다. 삶과 일로서의 자신의 진정한 목적의식이 있을 때 더 견고히 섰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하며 얻는 10가지 행복’의 저자 다사카 히로시는 일에 대한 철악은 현실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한 닻이라고 했다.

3. 나만의 경쟁력을 위해 롱런(Long-Learn)하는 사람

“이만큼 인정 받을 수 있기까지 지속적으로 공부를 했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은 많지만 내가 고민했던 문제를 나만큼 깊게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년까지 롱런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한다. 과거에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냈다 하더라도 이제는 현실의 실력으로 평가를 받는다. 혹시 머리가 굳어서 공부가 안된다고 생각하는가? 2006년 미국 타임지는 ‘인간의 지식 업무 능력은’ 60세까지 발전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틀렸다. 특별한 지병이 없는 이상 죽을 때까지 뇌는 성장한다. 다음 글을 읽으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생각이 굳은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생각이 굳은 것이다 우리의 뇌는 천재적이다. 그 이유는 많은 것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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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움에 지적 호기심이 있는 사람

“지금 이 나이에도 ‘앞으로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은?’이라는 생각을 계속 한다. ‘왜 저렇게 될까?’에 대해 궁금해하고 지금부터 10년, 20년간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책을 읽고 있다.”

정년까지 롱런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새로운 변화에 새로움에 대한 직적 호기심을 가진다. 경륜이 쌓이고 익숙해지다보면 새로운 시도나 아이디어에 대해 ‘다 해봤어’, ‘몰라서 하는 소리야’, ‘이렇게 해야지’라는 말로 자신의 지식의 범주의 틀 안에서만 사고하려고 한다면 결국 도태되게 될 것이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변화속에 피어나는 새로움에 대해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지식을 늘려나가며 자신을 결국 변화시킬 수 있을 때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5. 자기성찰과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

“모든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 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것도 행복 아닌가. 임원이 안되어서 힘든 것? 글쎄 임원들은 일이 바빠 고질적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대신 나는 그런 문제를 나의 이론과 경험을 기반으로 고민할 수 있다. 더 재미있는 일 아닌가?”

롱런하는 인재들은 무엇보다 자기성찰이 되어 있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높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알며 덩달아 다른 사람의 강점을 제대로 칭찬하고 그 강점들을 조직내에서 활용할 줄 안다. 또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임원이 될 나이에 임원이 되지 못했을 때조차 아쉬움이나 스트레스에 매몰되기보다 자신의 위치만이 줄 수 있는 유익들에 대해서 감사한다. 결국 자기성찰과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발달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중년을 ‘생산성 vs 침체성’의 시기라고 말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과 조직을 위해 생산성을 창출하지만 미성숙한 사람은 관심이 자기자신에게만 국한되고 결국 침체에 빠지게 된다. 결국 침체에 빠지느냐 아니면 생산성을 내 정년까지 롱런하느냐는 개인 자신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osted by at 9:40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