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국은 기존의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주력하고 있는데, 만일 기타 다른 국가들은 국가 주도의 CBDC 코인에 주력하고, 상호 호환성 제공을 위해 협력하며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과 서로 경쟁하는 환경이 된다면, 어느 쪽이 패권을 가지게 될까?
A: 이 질문은 미래 디지털 금융 패권을 예측하는 매우 흥미로운 시나리오입니다.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에 주력하고, 다른 국가들이 국가 주도의 CBDC에 주력하며 상호 호환성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는 환경에서 어느 쪽이 패권을 가지게 될지는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진영)이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CBDC 진영의 협력과 기술 발전이 심화될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각 진영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1.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진영):
강점:
- 기존 달러 패권의 연장: 가장 큰 강점은 이미 압도적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입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99% 이상이 달러 페그이며, 이는 기존 달러 유동성과 신뢰가 디지털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입니다.
- 광범위한 인프라 및 생태계: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이미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 디파이(DeFi) 등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이는 타 통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나 신규 CBDC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집니다.
- 민간 주도 혁신: 미국의 정책은 민간 기업의 혁신을 적극 활용하여 다양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료주의의 제약을 덜 받고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높은 유동성: 달러 시장의 거대한 유동성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규모 거래를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 전략적 유연성: CBDC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은행 시스템 교란, 프라이버시 문제 등 복잡한 이슈를 회피하면서도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가집니다.
약점:
- 민간 발행에 따른 신뢰 문제: 아무리 규제가 강화되어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BDC만큼의 절대적인 신뢰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발행사의 파산, 준비금 투명성 문제 등이 불거질 경우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화폐 주권 논란: 타국 입장에서는 자국 내 디지털 결제 시장이 미국 민간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에 의해 잠식되는 것에 대해 화폐 주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 통화 정책 간섭: 스테이블 코인이 다른 국가의 통화 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2. 기타 국가들 (국가 주도 CBDC 및 상호 호환성 진영):
강점:
- 최고 수준의 신뢰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므로 법정 화폐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제공합니다. 이는 특히 달러 외 통화의 신뢰도가 불안정한 국가들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 국가 통제력 및 통화 정책 효율성: 정부는 CBDC를 통해 자금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며, 디지털 환경에서 통화 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 금융 포용성 증대: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여 금융 포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상호 호환성 협력: 여러 국가가 CBDC 상호 호환성을 위해 협력한다면, 국경 간 결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속도를 높여 국제 무역 및 금융 거래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SWIFT 시스템에 대한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주권 통화로서의 지위: 각국은 자국 통화의 디지털화를 통해 통화 주권을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약점:
- 느린 도입 및 복잡한 구축 과정: CBDC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주도로 개발되므로, 정책 결정, 기술 개발, 법적/규제 프레임 구축 등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 프라이버시 및 감시 우려: 정부가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은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은행 시스템 교란 위험: CBDC가 전통적인 은행의 예금 기능을 약화시키고, 금융 중개 기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 네트워크 효과 부족: 각국 CBDC가 개별적으로는 강력해도, 글로벌하게 통합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중국을 제외하면 아직 국제적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다.
- 통화 신뢰도에 대한 본질적 한계: 아무리 CBDC라도 자국 통화 자체의 신뢰도(예: 인플레이션, 경제 안정성)가 낮다면, 이는 여전히 문제로 남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패권을 가질까?
- 단기적으로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유리합니다. 기존 달러의 강력한 지위, 거대한 유동성, 이미 구축된 디지털 생태계가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합니다. 많은 국가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국제 거래나 자산 보관 목적으로 계속 사용할 것입니다.
- 장기적으로는 ‘상호 호환성 갖춘 CBDC 연합’이 강력한 도전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신뢰도와 법적 지위: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편의성은 보편화되더라도, 결국 화폐의 궁극적인 신뢰는 중앙은행의 보증과 법정화폐 지위에서 나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 지점에서 CBDC에 비해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 국경 간 결제 혁신: 만약 중국이 주도하고 유럽 등 다른 주요국이 동참하는 CBDC 연합이 SWIFT를 대체할 만큼 효율적이고 저렴한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이는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무역 결제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정치적 의지와 주권: 각국 정부는 자국 통화 주권을 CBDC를 통해 강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종속성을 줄이려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결론:
현재는 미국이 유리하지만, ‘상호 호환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CBDC 진영의 ‘협력’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느냐가 미래 디지털 결제 시장의 패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만약 CBDC 진영이 기술적, 정책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여 실질적인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달러 기반 시스템 대비 명확한 이점을 제공한다면, 달러 패권은 점진적으로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신뢰”의 원천이 민간 시장의 투명성과 규제 감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보증과 국가 간 협력이 될 것인가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기보다는,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며 경쟁적으로 공존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즉, 국내용 및 특정 목적에는 CBDC, 글로벌하고 유연한 디지털 자산 거래에는 스테이블 코인이 사용되는 형태로 시장이 분화될 수도 있습니다.